스마트워치를 1년 차고 다녀보니 제일 많이 쓴 기능은 따로 있었습니다
건강 관리하려고 산 스마트워치를 1년 넘게 차고 다녔습니다. 정작 매일 쓰는 기능은 운동 측정이 아니었고, 기대했다가 안 쓰게 된 기능도 많았습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께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작년 봄에 스마트워치를 하나 샀습니다. 건강 관리를 해보겠다는 거창한 명분이었습니다. 걸음 수도 재고, 심박수도 보고, 잠도 측정해서 생활 습관을 고쳐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1년 넘게 차고 다닌 지금 돌아보면, 그 거창한 명분은 거의 지키지 못했습니다. 운동 습관이 극적으로 바뀌지도 않았고, 수면 점수를 보고 인생이 달라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손목에서 시계를 빼지는 않았습니다. 산 이유와는 전혀 다른 데서 매일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서, 1년 동안 실제로 어떻게 썼는지 솔직하게 적어봤습니다. 광고에 나오는 기능들이 실제로 얼마나 쓸 만한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일 많이 쓴 건 결국 알림 확인이었습니다
처음엔 좀 허무했습니다. 그 비싼 걸 사놓고 제일 많이 쓴 기능이 고작 알림 확인이라니요. 그런데 1년을 써보니 이게 생각보다 컸습니다.
휴대폰을 매번 꺼내지 않아도 손목만 슬쩍 보면 누구한테 연락이 왔는지, 급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회의 중이거나 운전 중일 때,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 특히 그렇습니다. 카톡이 왔는데 광고인지 사람인지 손목으로 확인하고, 급한 게 아니면 그냥 넘깁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쌓이니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횟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예전엔 진동만 울려도 일단 폰을 꺼냈는데, 지금은 손목으로 한 번 거르고 정말 필요할 때만 폰을 봅니다. 결과적으로 폰을 만지는 시간이 줄어든 게 의외의 소득이었습니다.
다만 알림이 너무 많이 오면 손목이 계속 울려서 오히려 거슬립니다. 그래서 저는 카톡, 전화, 캘린더 정도만 손목으로 받고 나머지 앱 알림은 다 꺼뒀습니다. 이 설정을 하기 전까지는 쇼핑 앱 알림까지 손목으로 와서 짜증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를 산다면 이 알림 정리를 제일 먼저 하시길 권합니다.
운동 측정은 처음 한 달만 열심히 봤습니다
사실 이걸 보려고 산 건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거의 안 봅니다.
처음 한 달은 정말 열심히 봤습니다. 오늘 몇 걸음 걸었나, 칼로리 얼마나 썼나, 목표 채웠나 하면서 매일 확인했습니다. 링 채우는 재미도 있고, 안 채우면 좀 찜찜해서 일부러 한 정거장 걸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나니까 숫자에 무뎌졌습니다. 8천 보든 1만 보든 그게 그거 같고, 목표를 못 채워도 별 죄책감이 안 들었습니다. 처음엔 동기부여가 됐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냥 배경처럼 흘러가는 숫자가 됐습니다.
물론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는 분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겁니다. 달리기나 자전거를 꾸준히 하는 친구는 거리, 페이스, 심박존을 보면서 기록을 관리하는데, 그 친구한테는 스마트워치가 핵심 장비입니다. 저처럼 "건강해지면 좋지" 정도의 막연한 마음으로 사면 이 기능은 한 달짜리 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이 어느 쪽인지 사기 전에 솔직하게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수면 측정은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는 동안 차고 있으면 수면 시간이랑 깊은 잠, 얕은 잠 같은 걸 측정해줍니다. 이것도 신기해서 한동안 매일 아침에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의심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푹 잤다고 느낀 날인데 점수가 낮게 나오고, 뒤척였다 싶은 날인데 점수가 높게 나오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측정값이 제 실제 컨디션이랑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손목에서 재는 추정치라, 병원에서 하는 검사처럼 정확하다고 믿기는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시계를 차고 자는 게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손목에 뭔가 닿아 있는 느낌이 거슬려서 저는 결국 잘 때는 빼게 됐습니다. 충전도 보통 잘 때 하게 되는데, 자면서 차고 있으면 충전할 타이밍을 놓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대략적인 경향, 그러니까 "요즘 너무 늦게 자는구나" 정도를 알려주는 용도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점수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숫자보다 본인 몸 컨디션이 더 정확한 지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외로 유용했던 건 자잘한 것들이었습니다
거창한 건강 기능보다 오히려 사소한 기능들이 매일 도움이 됐습니다.
가장 자주 쓴 건 타이머랑 알람입니다. 요리할 때 손에 물 묻은 채로 폰을 만지기 싫은데, "타이머 10분" 하고 음성으로 맞춰두면 편합니다. 라면 끓일 때, 빨래 돌릴 때, 환기할 때 수시로 씁니다. 알람도 손목에서 진동으로 울리니까 옆 사람 안 깨우고 혼자만 일어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휴대폰 찾기 기능도 은근히 자주 썼습니다. 집 안에서 폰을 어디 뒀는지 까먹었을 때 시계로 폰을 울리게 하면 금방 찾습니다. 소파 틈에 빠진 폰을 이걸로 몇 번이나 건졌습니다.
날씨도 손목에서 바로 보고, 음악 들을 때 곡 넘기거나 볼륨 조절하는 것도 폰 안 꺼내고 손목으로 합니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데, 폰을 꺼내야 하는 자잘한 순간들을 없애주는 게 모이니까 꽤 편했습니다. 스마트워치의 진짜 가치는 이 "폰을 안 꺼내도 되는 순간들"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배터리는 솔직히 좀 귀찮습니다
이건 스마트워치를 고민하는 분이 꼭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일반 시계는 한 번 사면 몇 년씩 신경 안 쓰는데, 스마트워치는 충전을 챙겨야 합니다.
제 경우 하루나 이틀에 한 번은 충전해야 했습니다. 기능을 많이 켜두면 하루도 빠듯하고, 절전해서 쓰면 이틀 정도 갑니다. 처음엔 이 충전 주기에 적응이 안 돼서, 외출했는데 시계가 꺼져 있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씻을 때 충전기에 올려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30분에서 한 시간이면 어느 정도 차니까, 그 루틴만 지키면 방전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차고 다니는 물건인데 매일 충전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게 누군가에겐 충분히 거슬릴 수 있습니다. 이걸 못 견디는 분이라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여담으로, 1년 넘게 쓰니까 배터리가 처음보다 빨리 닳는 느낌도 듭니다. 모든 충전식 기기가 그렇듯 영원히 새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점도 감안하는 게 좋습니다.
1년 써보고 추천하느냐 묻는다면
애매하게 들리겠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가 솔직한 답입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만족합니다. 다만 산 이유였던 건강 관리 때문이 아니라, 알림 확인이나 타이머 같은 소소한 편의 때문에 만족하는 겁니다. 만약 누가 "건강 관리하려고 사려는데 어때?"라고 물으면, 저는 "그 목적이면 기대보다 별로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분께는 추천합니다. 휴대폰 알림을 자주 놓치거나, 반대로 폰을 너무 자주 들여다봐서 줄이고 싶은 분. 손에 뭘 들고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 폰 꺼내기가 번거로운 분. 운동을 진지하게 해서 기록을 관리하고 싶은 분. 이런 경우엔 값을 합니다.
반대로 이런 분께는 말리고 싶습니다. 막연히 "건강해지겠지" 하는 기대만 있는 분. 매일 충전하는 걸 못 견디는 분. 손목에 뭐 차는 걸 답답해하는 분. 이런 경우엔 한 달 신기해하다가 서랍에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사기 전에 한 가지만 따져보세요
마지막으로, 제가 다시 산다면 미리 생각해봤을 것 하나만 적습니다.
바로 "나는 폰을 자주 꺼내는 사람인가"입니다. 스마트워치의 핵심 가치는 결국 폰을 꺼내는 횟수를 줄여주는 데 있더군요. 평소에 폰을 별로 안 보는 사람이라면 이 가치가 와닿지 않고, 반대로 손에서 폰을 못 놓는 사람이라면 손목에서 한 번 거르는 것만으로도 꽤 큰 변화를 느낄 겁니다.
건강 기능, 운동 측정 같은 건 광고에서 제일 앞세우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저한테는 매일 쓰는 기능이 아니었습니다. 그 화려한 기능에 혹해서 사기보다는, 본인의 평소 생활에서 시계가 실제로 끼어들 자리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후회를 줄이는 길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스마트워치를 쓴다면, 혹은 쓰고 있다면 어떤 기능을 제일 많이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저처럼 산 이유와 실제로 쓰는 이유가 다른 분이 의외로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크인포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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